본문으로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 회의록검색 > 5분자유발언

5분자유발언

5분자유발언 보기 : 제목, 발언자, 회기, 일시로 구분
제 목 인권운동가로서의 지학순, 재조명이 필요하다.
발언자 곽문근 곽문근 의원
회기 제227회
일시 2021-09-02
  2021년 9월 9일은 지학순 주교께서 탄생한 지 10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찹니다.

  70년대 초, 강원도 작은 도시 원주는 암울했었지만, 먹구름이 가득했던 하늘에 파란 색칠과 뭉게구름으로 채워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어 주신 분이 계셨습니다. 

  대한민국은 많은 국민이 민주화의 성지로 인식해 이 도시를 믿고 민주화를 위해 노력했던 이들이 믿고 찾아 들던 곳, 이들에게 안식처를 내어 준 등불이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 계시고, 그리고 이 방송을 보고 계시는 분들 중에 부모님이 없는 분들은 없을 것이고, 부모로 살아가고 계시는 분도 많을 것입니다. 돌아가신 부모를 영원히 기억하는 것은 부모의 한없는 희생과 사랑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식의 작은 상처까지 어루만져 주시고 가슴에 담고 아파하던 분들이 우리의 부모님이십니다. 

  원주시민에게 인권과 민주, 그리고 사랑과 평화라는 포대기로 21세기를 맞이할 수 있도록 감싸 안았고, 우리에게 엄마의 가슴처럼 포근한 자유를 만끽하도록 지평을 열어 주셨으며, 인권운동가로서 한 시대를 풍미한 분을 잊고 지낸다면 원주시는 부모 마음으로 사신 분에 대한 도리를 다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은혜마저 잊고 사는 것과 다름이 없을 것입니다. 

  지학순 주교께서는 일제 식민지배, 남북분단의 한국전쟁, 군사 유신독재를 극복하고 민주화와 인권에 눈을 뜨게 우리나라를 이끄신 분입니다. 원주시의 도시 정체성을 민주화의 성지로 인식되도록 피와 땀으로 일구어내셨습니다. 원주시의 소중한 자산인 것입니다. 

  1965년, 천주교 원주교구 초대 교구장으로 원주에 오신 후, 진광중·고등학교를 설립해서 사회에 빛과 소금이 되는 인재들을 육성하는 데도 노력을 아끼지 않아 ‘참교육자’로도 큰 족적을 남기셨습니다.

  평생을 지역사회를 위해 신용협동조합운동, 재해복구사업, 노동자 교육, 양심수 석방 및 결핵퇴치운동 등 사회변혁을 위한 활동도 활발히 하셨습니다. 서울에도 없던 가톨릭센터를 원주에 건립해 원주의 문화발전을 이끌었습니다. 

  가톨릭센터는 종교적 색채가 없는 문화공간이었습니다. 원주시민에게 ‘센터’라고 불리며, 결혼하는 사람들에게는 예식장으로, 예술가와 작가들에게는 공연장·전시장이 되었습니다. 또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공유하는 소통의 공간도 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지역 언론인 ‘원주문화방송 주식회사’가 처음 방송을 시작한 곳도 가톨릭센터였으며, 우리나라 협동조합 운동의 효시인 ‘밝음신협’도 가톨릭센터에서 창립되었습니다. 

  원주시민의 가난한 사람들의 삶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옳지 않은 일에 분노했고, 부패한 권력에 맞섰으며, 고통받는 사람들에게는 울타리가 되어 주었습니다. 정의를 실천한 분이셨습니다. 

  1970년대 한국 사회에 만연된 열악한 노동환경, 노동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한 분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민주투사로서의 지학순 주교의 모습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되며, 진정 주교께서 꿈꾸고 노력하셨던 부분은 종교인, 비종교인을 떠나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고, 자신의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할 사회를 만드는 것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이렇듯 마땅히 정부가 나서야 할 일까지 서슴없이 종교의 영역을 넘어 광범위한 분야에서 업적을 남기셨습니다. 

  2021년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습니다. 또한 부의 양극화, 기후변화, 인간소외 등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새로운 변화에 대한 해법을 찾기 쉽지 않으며, 글로벌 연대와 협력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때문에 시대를 앞선 선지자적 삶을 산 지학순 주교의 가르침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지학순 주교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지학순 주교의 생각과 발자취를 더듬어 보는 기념사업은 정말 시기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천주교 원주교구의 조규만 주교님을 비롯한 관계자분들께서 관심을 갖고 노력해 주신 덕분에 지학순 주교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을 잘 추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분께서 설립한 학교를 졸업한 동문의 한 사람으로 정말 고맙습니다. 

  사업을 추진하는 문화예술과에서는 지학순 주교에 대한 체계적 연구와 자료 축적 등에 힘써 주시기 바라며, 일회성이 아닌 지학순 주교의 얼과 시대정신을 밝힐 수 있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주실 것을 간곡하게 요청드리며 5분발언을 마치겠습니다. 

  원주의 아름다운 가을 하늘 아래,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원주시민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5분발언의 기회를 주신 유석연 의장님을 포함한 동료의원님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첨부파일